프레더릭 허즈버그(Frederick Irving Herzberg)와 동료들은 동기·위생 이론으로 불리는 2요인 이론을 발표했다(Herzberg, Mausner, & Snyderman, 1959; Herzberg, 1966, 1982, 1991). 그는 203명의 회계사와 엔지니어들을 조사했다. 그런데 직무에 있어서 불만족을 유발하는 요인과 만족을 주는 요인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불만족을 감소시키는 요인을 위생 요인, 만족감을 증대시키는 요인을 동기 요인이라고 명명했다. 매슬로의 욕구 이론에서 하위 욕구들은 주로 위생 요인과 관련이 깊고, 상위 욕구들은 동기 요인과 관련이 깊다. 즉, 직무에서 직업적 안정, 보수, 작업 환경, 동료와의 관계 등은 주로 불만족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또한, 직무에서 자신이 존경 받는 정도나 성취감, 자신의 성장 가능성 등은 만족감을 증대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위생 요인은 주로 외재적 요인이고, 동기 요인은 주로 내재적 요인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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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왼쪽부터 매슬로의 초기 욕구 단계 이론, 매슬로의 후기 욕구 단계 이론, 포터의 욕구 단계 이론,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

두 요인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우면서도 만족스러울 수 있고, 불만족스럽지 않지만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허즈버그는 이 두 가지 요인에 따라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현재 직장에 계속 남을지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족도가 높고, 불만족도도 적다면 아주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불편하고 힘든 요소가 많지만, 만족도가 높은 의미 있는 일도 있다. 거꾸로 불편한 요소가 없이 편안한 일이지만 개인의 성장과는 관련이 없어서 만족스럽지 않은 일도 있다. 일도 힘들고, 의미도 없는 일이라면 사람들은 그 직업에서 빠르게 떠나갈 것이다.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은 당시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다른 동기 심리학자인 브룸(Victor Harold Vroom)은 불만족과 만족이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나타난 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나타난 편향일 수 있다고 했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에는 부정(denial), 투사(projection), 최소화(minimization), 외부화(externalization), 합리화(rationalization) 등이 있다. 이런 미성숙한 방어기제가 발동되는 경우 부정적인 상황을 남이나 외부 탓으로 돌리게 된다. 브룸은 이처럼 직무에서 좋았던 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돌리지만, 나쁜 것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적인 것으로 돌리는 편향 때문에 허즈버그의 연구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Vroom, 1964). 다른 심리학자들은 브룸의 주장에서 좀 더 나아가, 그렇다면 실험 참가자의 자존감 정도에 따라 두 요인이 독립성을 띠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했다(Evans & McKee, 1970). 또한 일찍이 에드워즈(Alan Edwards)는 사회적 바람직성에 의해 연구 결과들이 오염된다는 주장을 했다(Edwards, 1957).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요소에서는 공을 자신에게 돌리고, 불만족스러운 요소는 다른 사람이나 외부 요인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런 편향은 특히 로크의 연구에 의해 증명되었다(Schreider & Locke, 1971; Locke, 1973). 월은 사회적 바람직성에 대한 편향이 심할수록, 불만족스러움의 원인을 허즈버그의 위생 요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Wall, 1973).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은 당시 가해진 비판으로 인해 거의 사장되는 듯 했다. 그러나 현대에 긍정심리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허즈버그의 이론이 일리가 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20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행복과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들에 대한 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캔트릴이 11개국의 23,8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Cantril, 1965). 캠펠과 컨버스, 로저스의 연구도 그런 연구 중 하나였다(Campbell, Converse & Rodgers, 1976). 잉글하트는 1980년부터 1986년까지 16개국의 163,538명을 대상으로 한 유로바로미터 조사(Eurobarometer survey)를 분석하여 행복과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들을 밝혀내고자 했다(Inglehart, 1990). 페인호번과 동료들은 69개국에서 시행된 603개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발표했다(Veenhoven et al., 1994). 그런데 이런 대규모 연구들에서는 허즈버그의 이론처럼, 불쾌감을 줄이는 요인과 행복감을 늘리는 요인이 달랐다.

그래서 행복감과 불쾌감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정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불쾌감이 줄어들면 행복해지고, 행복감이 줄어들면 불쾌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불쾌감이 줄어들면 불쾌감이 줄어들 뿐이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감이 줄어들면 행복감이 줄어들 뿐이고,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브래드번의 연구를 통해 부정 정서와 긍정 정서의 빈도가 ‘완만한’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Bradbrun, 1969). 왓슨과 클락은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을 구별하는 모델을 제시했다(Watson & Clark, 1992). 또한 다른 연구팀은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동시에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Larsen, McGraw, & Cacioppo, 2001).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의 빈도는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보다는 독립적이다(Diener & Emmons, 1985). 이렇듯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서로 독립적이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의 독립성’이라고 한다(Diener & Emmons, 1984).

신경과학이나 뇌과학에 의해서도 불쾌와 행복은 연속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것보다,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 옳다는 증거가 많이 나왔다. 좌측 전두엽이 우측 전두엽보다 더 활성화되는 것은 긍정적 감정과 연관이 있고, 반대로 우측 전두엽이 좌측 전두엽보다 더 활성화되는 것은 부정적 감정과 연관이 있다(Davidson & Fox, 1989). 이렇듯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에는 각각 전두엽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이 다르다(Davidson, 1992, 1994). 만약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이 연속적인 것이라면, 불쾌의 감정이나 쾌의 감정이나 전두엽에서 같은 부위가 활성화되고, 다만 활성화되는 정도에 따라 불쾌인지 쾌인지 결정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보상 회로와 처벌 회로도 서로 다른 신경연결통로를 통한다(Gray, 1994).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도 서로 다른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받는다(Hoebel, 1999). 이처럼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은 서로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Cacioppo & Berntson, 1994).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은 만족과 불만족의 서로 다른 요인을 직무 영역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그보다는 폭넓은 인간 삶의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의 독립성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어쨌든 위생 요인과 동기 요인을 구분하는 것은 현대 과학과 심리학에 의하면 합당해 보인다. 지금까지 욕구 이론에서 단계를 구분하는 것에 대한 의의가 부족했다. 왜냐하면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를 충족하려는 동기가 생긴다는 매슬로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위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서도 상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면 하위와 상위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고등의 욕구와 저등의 욕구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한가? 허즈버그는 욕구의 단계를 구분하는 근거를 제공했다. 우리는 그의 이론에 따라 하위 욕구들은 주로 불만족을 해소하고, 상위 욕구들은 만족감을 늘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긍정심리학의 연구 방향은 우리의 이런 결론과 일치한다.

또한, 하위 욕구부터 상위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것이 삶의 최종적인 목표라면 그런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수단으로 사용될 자본에 대해 상상할 수 있다. 실제로 긍정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돈은 불만족을 줄이는 데에 기여하지만 만족감을 늘리는 데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긍정심리학의 대가들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Elias Peter Seligman)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국가들의 구매력과 삶의 만족도 지수의 상관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자본이 매우 적어서 살기 힘든 나라들은 돈과 삶의 만족도 간에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치안이 보장되는 국가들부터는 돈과 삶의 만족도 간에 상관 관계가 매우 약했다(Seligman & Csikszentmihalyi, 2000). 미국의 부자들의 행복도는 평균 그룹보다 아주 약간 높을 뿐이고, 그들이 행복의 원천이라고 응답한 것도, 돈이 아니라 주로 매슬로의 욕구 모델에서 상위 욕구의 충족에 해당하는 것들—존경과 자아실현 등—이었다(Diener, Horwitz, & Emmons, 1995). 오히려 돈이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물질만능주의일수록 불행했다(Richins, Dawson, 1992). 그런데 미국의 비영리 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가 17개 선진국의 18,850명의 사람들에게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대해 물었을 때, 물질적 풍요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1위인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을 포함한 14개국은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으며, 스페인은 건강, 태국은 사회적 관계를 뽑았다. 전체적으로 봐도 가족이 1위였고, 2위는 직업적 경력이었으며, 3위가 물질적 풍요였다(Silver at al., 2021). 자본은 불만족을 줄이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추구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은 수단으로 갈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삶을 위한 모델을 설계하면서,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쓰이는 자본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하위 욕구와 상위 욕구는 욕구의 충족이 불만족을 감소시키는지, 혹은 만족감을 증대시키는지의 정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하위 욕구는 주로 불만족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상위 욕구는 주로 만족감을 증대시키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또한 좋은 삶을 위한 모델을 설계하면서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쓰이는 자본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