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과 관련한 모든 욕구를 다루려면 직무와 관련한 욕구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욕구에 대해 다룬 욕구 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은 욕구를 다룬 욕구 이론은 무엇이 있을까? 성격심리학자인 헨리 머레이(Henry Alexander Murray)는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욕구들을 연구하는 ‘인격학(Personology)‘이라는 학문을 처음 만들었다(Murray, 1938). 사실 이 이론은 시간순으로 보나, 중요성으로 보나 그의 이론을 다른 욕구 이론보다 먼저 봤어야 한다. 이 이론이 다른 욕구 이론들에 영향을 준 이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뼈대 없이 나열된 욕구들을 분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까지 다른 욕구 이론들을 보며 어느 정도 세운 뼈대에 따라, 머레이가 나열한 욕구들에 대해 검토하고, 분류해보자.

머레이는 욕구를 여러 가지 기준으로 나눴다. 욕구를 명시적인 욕구와 잠재적 욕구, 의식적 욕구와 무의식적 욕구 등으로 나눴다.

머레이는 또 욕구를 1차적인 욕구와 2차적인 욕구로 나누었다. 1차적 욕구는 생리적 욕구이다. 공기, 물, 음식, 성관계, 배변, 온도 등에 대한 욕구이다. 머레이는 1차적 욕구를 3가지, 즉, 흡수로 이어지는 부족 상태, 배출로 이어지는 팽창 상태, 회피로 이어지는 피해 상태로 나눴다. 공기(nAir), 물(nWater), 음식(nFood)에 대한 욕구 등은 부족한 것을 흡수하려는 욕구이고, 배변이나 수유에 대한 욕구 등은 팽창한 것을 배출하려는 욕구이고, 더운 것이나 추운 것과 독을 피하려는 욕구 등은 피해를 회피하려는 욕구이다.

이런 생리적 욕구는 긍정적 욕구와 부정적 욕구로 나눌 수도 있다. 어떤 자극에 끌리는 욕구는 긍정적 욕구로, 어떤 자극을 회피하려는 욕구는 부정적 욕구이다. 식욕은 음식에 끌리는 욕구이므로 긍정적 욕구이지만, 추운 것을 멀리하거나 더운 것을 멀리하려는 욕구는 부정적 욕구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는 ‘접근 경향’, ‘보상 동기’와 ‘회피 경향’, ‘처벌 동기’로 명명한다. 실제로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인간이 회피하는 경향이 있고, 긍정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인간이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에게 단어가 보이면 레버를 움직이라고 한 연구가 있었다. 사람들은 레버를 자신 쪽으로 당길 수도 있고, 바깥쪽으로 밀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매력적인 단어에 대해서는 레버를 자신 쪽으로 당기는 것이 빨랐고, 혐오스러운 단어에 대해서는 레버를 바깥쪽으로 미는 것이 빨랐다(Solarz, 1960). 이 실험을 두고 한 심리학자는 긍정적인 것과 접근 경향, 그리고 부정적인 것과 회피 경향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다(Bargh, 1997).

2차적 욕구는 심리적 욕구이다. 사실 그가 그의 욕구 이론을 발표하기 이전에 행동과학자들은 이미 인간의 수많은 욕구들을 발견하고 목록화했다. 머레이는 그런 욕구들 중 심리적 욕구들도 분류했다. 그의 중다욕구 모델은 27가지의 욕구들을 8개의 영역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머레이가 분류했다고 하는 27가지 욕구들은 인용된 곳마다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가 있다. 1938년 출판된 머레이의 책 『성격의 탐구』에서는 27가지 욕구를 두 곳에서 분류했다. pp.80–83에서는 27가지 욕구를 영역에 따라 분류했다. 반면 pp.144–145에서는 알파벳에 따라 나열했는데, 이 두 부분의 27가지 욕구 목록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p.80에는 보존의 욕구(Conservance)가 있지만, p.144에는 없고 대신 없는 개수만큼 다른 욕구가 있다. 우리는 양쪽에 한 번이라도 실린 모든 욕구에 대해 다뤄보자. 순서는 『성격의 탐구』의 pp.80–83을 따라가되, pp.144–145에 있는 욕구들은 영어 표기 옆에 이탤릭체 준말로 표기하겠다.

머레이가 분류한 8개의 영역은 각각 물질적 욕망(Materialistism), 야망(Ambition), 권력의 욕망(Power),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 억제(Inhibition), 지위(상태) 유지의 욕망(Status defense), 애정의 욕망(Affection), 정보의 욕망(Information) 영역이다. 8개의 영역을 배제하고 욕구만 보면 각 욕구가 뜻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 영역과 욕구를 함께 봐야 한다.

물질적 욕망 영역에는 5개의 욕구가 있다. ① 획득 욕구(n Acquisition, nAcq)는 어떤 물건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욕망을 말한다. ② 보존 욕구(n Conservance)는 어떤 물건을 수리하거나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욕구이다. ③ 질서 욕구(n Order, nOrd)는 물건을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하려는 욕구이다. ④ 보유 욕구(n Retention, nRet)는 물건을 계속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이에게 주지 않으려는 욕구이다. 돈을 아껴쓰려는 것도 이 욕구이다. ⑤ 건설 욕구(n Construction, nCons)는 물건을 만들고 창조하려는 욕구이다.

야망의 영역에는 3개의 욕구가 있다. 우월의 욕구(n Superiority)는 성취 욕구와 인정 욕구로 나눠진다. ① 성취 욕구(n Achievement, nAch)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그 일을 빠르게 해내려고 노력하게 하는 욕구이다. ② 인정 욕구(n Recognition, nRec)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받거나 존경받으려는 욕구이다. ③ 과시 욕구(n Exhibition, nExh)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머레이는 과시 욕구는 인정 욕구와 결합되었다고 했다.

지위(상태) 유지의 욕망 영역에는 4개의 욕구가 있다. 자아 보호의(침범당하지 않으려는) 욕구(n Inviolacy)는 굴욕 회피 욕구와 방어 욕구와 대처 욕구로 나뉘어진다. ① 굴욕 회피 욕구(n Infavoidance, nInf)는 창피와 수치심 당할 일을 피하려는 욕구이다. 그래서 야망의 영역에 있는 욕구와는 다르게 어려운 일에 도전하지 않으려고 한다. ② 방어 욕구(n Defendance, nDfd)는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합리적인 설명을 하려는 욕구이다. ③ 대응 욕구(n Counteraction, nCnt)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패배한 이후 보복을 하거나, 실패한 이후 극복하려는 욕구이다. ④ 위험 회피 욕구(n Harm avoidance, nHarm)는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것들을 피하려는 욕구이다.

권력의 욕망 영역에는 5개의 욕구가 있다. ① 지배 욕구(n Dominance, nDom)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구이다. ② 복종(존경) 욕구(n Deference, nDef)는 자신보다 뛰어난 자를 따르려는 욕구이다. ③ 공감 욕구(n Similance)는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려는 욕구이다. ④ 자율 욕구(n Autonomy, nAuto)는 다른 사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저항하려는 욕구이다. ⑤ 개성(반대) 욕구(n Contrariance)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며 독특해지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사도마조히즘의 영역에는 2가지 욕구가 있다. ① 공격 욕구(n Aggression, nAgg)는 다른 사람을 해치고, 비난하고, 조롱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② 굴종 욕구(n Abasement, nAba)는 피해를 받아들이고, 처벌을 따르고, 사과하고, 스스로 깎아내리려는 욕구이다.

억제의 영역에는 1가지 욕구가 있다. ① 비난 회피 욕구(n Blame avoidance, nBlam)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나 파괴적인 충동을 억제하려는 욕구이다.

감정적 욕망의 영역에는 7가지 욕구가 있다. ① 친밀(소속) 욕구(n Affiliation, nAff)는 친구를 사귀고 동료와 가까운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이다. ② 거부 욕구(n Rejection, nRej)는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사람을 멀리하고, 그런 사람을 배제하려는 욕구이다. ③ 돌봄(양육) 욕구(n Nurturance, nNur)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돌봐주려는 욕구이다. ④ 의존 욕구(n Succourance, nSuc)는 거꾸로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위로 받고, 돌봄 받으려는 욕구이다. ⑤ 놀이 욕구(n Play, nPlay)는 오락을 즐기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며, 혹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긴장을 풀려는 욕구이다. ⑥ 성관계 욕구(n Sex, nSex)는 관능적이고 매력적으로 되려고 하거나, 성적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는 욕구이다. ⑦ 감각성 욕구(n Sentience, nSen)은 감각적인 느낌을 즐기고 추구하려는 욕구이다.

정보의 욕망 영역에는 3가지 욕구가 있다. ① 인식 욕구는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지식을 습득하며 탐구하려는 욕구이다. ② 이해 욕구(n Cognizance/n Understanding, nCog, nUnd)는 사건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어떤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추론하려는 욕구이다. ③ 정보 제공(노출) 욕구(n Exposition, nExp)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설명하고, 교육하려는 욕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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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머레이의 중다욕구 모델 정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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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머레이의 중다욕구 모델 정리 2

이제 머레이가 나열한 욕구들을 검토해보고, 분류해보자. 야망 영역에서 성취 욕구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 성취 욕구는 보통 자아실현과 연계되는데, 자아실현에 대한 정의 역시 모호하다. 자아실현의 합의된 정의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되어있는데 어떤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인가? 성취 욕구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빠르게 완수하려는 욕구라고 하는데 어려운 일은 어떤 욕구에 의해서든 생길 수 있다.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일이 생길수도 있으며, 탐구나 지위 욕구 등을 충족시키려고 할 때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자아실현의 정확하고 올바른 정의는 뒤에서 하기로 하자. 어쨌든 여기서 성취의 욕구는 야망 영역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자존감을 높이거나, 인정을 받기 위해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는 지위 욕구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위 욕구가 자유 추구와 높은 지위 추구, 자율 추구로 이루어져 있다면 성취 욕구는 자율 추구의 욕구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정 욕구와 과시 욕구도 지위 욕구에 들어간다. 다만 이는 자율 추구보다는 높은 지위 추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위 유지의 욕망 영역의 욕구들도 전부 지위 욕구에 들어갈 수 있다. 굴욕 회피 욕구나 방어 욕구, 대응 욕구는 모두 지위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므로 자유 추구나 높은 지위 추구의 욕구에 해당한다. 그런데 위험 회피 욕구는 모호하다. 왜냐하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은 어떤 욕구든지, 각각의 욕구들의 충족이 위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리적 욕구의 충족이 위협되어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고, 지위 욕구의 충족이 위협되어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정말로 생리적이고 신체적으로 유독한 물질이 주변에 있어서 그것을 피해야 하는 상황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는 다른 사람의 배제나 비난 때문에 지위가 낮아지기 직전의 상황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머레이가 굴욕 회피 욕구로 따로 분류를 했다. 하지만, 지위 욕구가 아닌 다른 욕구의 충족이 위협되는 위험한 상황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거나, 소속된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자식이 부모로부터 버려져 고아가 될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 등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위험한 상황이지만, 각각 사랑의 욕구나 관계의 욕구, 양육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이렇듯 어떤 욕구든지, 그 욕구의 충족이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험 회피 욕구는 하나의 욕구라고 상정하기 보다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 가지 방법—욕구의 충족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하나의 방법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권력의 욕망 영역에 있는 욕구들은 세심하게 분류할 필요가 있다. 지위 추구의 욕구와 관계 추구의 욕구는 엄연히 다르다. 관계 추구의 욕구, 일반적으로 소속의 욕구라고 하는 것들은 수평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다. 관계를 맺는 대상과 나의 지위가 같은 상태를 전제로 한다. 반면 지위 추구의 욕구라고 하는 것들은 수직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다.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우위에 있는 상태의 관계를 맺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관계 욕구가 지위 욕구보다 하위의 욕구이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수평적 관계 없이 수직적 관계가 먼저 생길 수 없다. 실제 역사에서도 비교적 평등한 씨족 사회가 먼저 형성되고, 합의적 권력이 그 다음에 출현한 뒤, 강압적 권력이 출현했다. 그러므로 권력의 욕망 영역에 있는 욕구들은 그것이 수평적 관계를 다루고 있는지, 수직적 욕구를 다루고 있는지에 따라 관계의 욕구에 들어갈 수 있는지, 지위 욕구에 들어갈 수 있는지 판별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배 욕구, 자율 욕구, 개성(반대) 욕구는 모두 지위 욕구이다. 복종(존경) 욕구는 지위의 상승보다는 지위의 하락과 관련이 있으므로 관계의 욕구에 들어가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공감 욕구는 확실히 관계 욕구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은 수평적인 관계에서 더 잘 실시되기 때문이다. 수직적 관계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동의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지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동의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데,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동의하거나 공감해주는 것은 관대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공감이라는 것이 일단 상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공감은 수평적 관계에서 당연히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감 욕구는 관계 욕구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도마조히즘의 영역의 욕구를 보자. 공격 욕구는 분류하기가 곤란하다.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비난하는 것은 어떤 욕구의 결과가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지, 욕구 그 자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을 자신이 집단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혹은 지위의 상승을 위해 공격할 수도 있다. 묻지마 범죄의 경우도 이유 자체가 아예 없는 것보단 사회적 인정의 부족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먹을 것이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할 수도 있다. 혹은 사냥과 공격성의 표출 그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공격성은 여러 욕구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은 욕구보다는 특정 욕구가 결정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굴종 욕구는 다르다. 굴종 욕구는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그러므로 이는 관계의 욕구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굴종은 오히려 일반적으로 지위가 낮아지는 행위이므로 지위의 욕구라고 볼 수는 없다.

억제의 욕망에 있는 비난 회피 욕구도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행동에 해당하므로 관계의 욕구에 해당할 것이다.

물질적 욕망 영역에 있는 욕구들을 살펴보자. 그런데 물건이란 보통 어떤 욕구를 채우기 위해 구하는 것이지, 물건 자체를 구하는 것이 원초적 욕구는 아니다. 물론 소유욕이라는 욕구를 통해, 희귀한 물건을 구하거나 물건의 콜렉션을 완성하고 싶어하는 욕구도 있다. 이런 소유욕은 소유욕을 달성했을 때 오는 쾌락 자체가 목적이다. 우리는 이전 장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론’ 절에서 살펴본 것처럼 쾌락 그 자체를 추구하는 욕구를 상정해야 한다. 그런 욕구를 향락이라 하자. 그렇다면 소유욕은 향락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지 않은 다른 물건을 구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다른 욕구에 기반할 것이다. 사치품을 구하면 과시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지위를 높여주기 때문에 구하고 싶거나, 아니면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혹은 구애하는 대상에게 헌신의 증표로 선물을 주려고 물건을 살 수 있다. 이런 획득 욕구는 전부 좀 더 근원적인 다른 욕구들—이를테면 지위, 관계, 사랑, 생존 등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획득 욕구는 더 근원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한 물건을 획득하려는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심리적 추동이라고 할 수 있다. 보존 욕구와 보유 욕구도 마찬가지로 해당 물건에 욕심을 부리게 된 더 근원적인 욕구가 있을 것이다. 물건을 돈과 비슷한 경제 자본으로 설정한다면 명쾌하게 설명이 된다. 물건은 다른 욕구를 이루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질서 욕구와 건설 욕구는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언가를 청소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청결일 수도 있고, 혹은 심미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대부분 인간은 깨끗한 것을 보기 좋은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생존 욕구인지, 향락 욕구인지는 잘 구분해야 한다. 사실 향락 욕구에 있는 것들은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즉, 향락 욕구는 생존 욕구에서 파생된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욕구가 우리의 의지 수준에서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쾌락 그 자체를 추구하기 위한 것인지 구분하기로 했다. 욕구는 의지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따르지 않다면 모든 욕구는 번식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세균까지 없애버리려고 하는 강박적인 청결 행동은 생존 욕구로 분류하겠지만, 일반적인 질서 욕구는 심미적인 향락 욕구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건설 욕구 또한 예술적이거나 기술적인 창의력을 발휘하는 행위로 보통 향락 욕구에 들어갈 것이다. 만약 예술적인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향락 욕구이지만, 기술적이고 어떤 기능을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 기능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창조는 어떤 근원적인 욕구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발명품은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지는데, 어떤 행동을 편리하게 해주었는가에 따라 어떤 욕구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약이 발명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고, 종이나 주판이 발명된 것은 탐구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발명품이 생존이나 탐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발명가는 그런 욕구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정말로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그런 발명을 했다면 그런 욕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발명품이 돈을 벌기 위해 발명한 것이라면 그것보다는 욕구의 수단으로 쓰이는 자본을 벌기 위한 욕구이고,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발명한 것이라면 그것은 자아실현이나 자기 초월에 해당하는 욕구일 것이다. 당연히 이런 여러 욕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명이라는 하나의 행동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감정적 욕망의 영역을 보자. 친밀 욕구와 거부 욕구는 한 쌍의 욕구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좋은 것에는 접근하려고 하고, 나쁜 것은 회피하려고 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라는 것은 욕구의 근본적인 충족에 대한 것이다. 욕구의 근본을 잘 충족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반대로 충족하기 어렵게 만든다면 나쁜 것이다. 이처럼 친밀 욕구는 관계에 있어서 좋은 사람에 접근하려는 욕구이고, 거부 욕구는 나쁜 사람을 멀리하려는 욕구이므로 사실 하나의 욕구이다. 관계 욕구가 ‘좋은’ 사람을 곁에 두려는 욕구라면, 관계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인간은 나쁜 사람은 멀리할 것이다. 나쁜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은 보통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맺을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나쁜 사람조차 소중해져서, 나쁜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 즉, 어떤 사람이 좋고 나쁜지는 욕구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다.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은 친밀·거부 욕구는 타인과의 관계인지, 혹은 혼연족이나 잠재적 배우자, 그리고 친족들에 대한 관계인지에 따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과 맺는 관계와 친족이나 배우자와 맺는 관계는 완전히 다르다. 근본 원리도 다르고, 행동 양식도 다르다. 우리는 우정을 맺으려는 잠재적 친구와 사랑을 나누려는 잠재적 연인에게 서로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동이 비슷할 지언정, 근본 원리는 완전히 다르다. 타인과의 관계는 상호호혜성에 기반하므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이가 전제로 된다. 자신에게 부족한 지식이나 능력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서로에게 소중한 지지를 보냄으로써 사회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상호호혜성에 기반하므로 상대가 만약 나에게 악하게 행할 경우 언제든지 그런 우정을 철회할 수 있다. 반면 배우자, 혼연족, 친족과의 관계의 경우에는 상호호혜성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에 기반한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호의는 타인보다 좀 더 무조건적인 경향이 있다. 이 호의에 대한 조건은 해당 권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단순히 생각해도 가족이 자신에게 악하게 행한다고 해서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타인과의 우정을 철회하는 것만큼 쉽진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친밀·거부 욕구는 관계 욕구에 속하는 동료와 맺으려는 친밀함과, 사랑 욕구에 속하는 연인과 맺으려는 친밀함을 구분해야 한다. 사랑 욕구도 친밀 욕구뿐만 아니라 거부 욕구도 함께 존재한다. 잠재적 배우자로 적합하지 않은 경우 그런 대상은 멀리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떤 여자가 바라보기에 어떤 남자가 단기적 짝짓기 상대로서의 매력도 전혀 없고(자본도 없고, 지위도 낮으며, 키는 작고, 신체는 비대칭적이고, 약해보이고, 못생겼고), 장기적 짝짓기 상대로서의 매력도 전혀 없는 경우(성실하지도 않고, 자신에게 헌신할 것 같지도 않고, 다른 여자들에게 금세 사랑에 빠질 것 같으며, 지능도 낮고, 야망도 없는 경우) 그런 남자는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듯 친밀 욕구와 거부 욕구는 하나로 봐야 한다. 돌봄 욕구와 의존 욕구도 마찬가지이다. 돌봄 욕구는 도움을 주려는 욕구이고, 의존 욕구는 도움을 받으려는 욕구이다. 이것은 관계의 기본이다. 도움을 받았다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미래에 도움을 갚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거꾸로 도움을 준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미래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흡혈 박쥐는 피를 구해지 못해 새끼를 못 먹인 경우 이웃에게서 피를 빌린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했다가 자신이 사정이 좋은 경우, 이웃에게 반드시 갚는다(Buss, 2011). 그렇다면 돌봄·의존 욕구는 관계 욕구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은 도움은 받지 못하지만 감사와 지지를 받는다면 그것은 명성과 지위로 이어진다. 이런 도움은 지위 욕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관계 욕구와 지위 욕구에 속해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는 둘 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꾸로 자신에게 무언가가 돌아올 것을 전혀 바라지 않고, 즉 상대가 자신이 준 도움에 대해 어떤 나쁜 태도를 취하든 상관 없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돌봐주고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자기 초월에 해당하는 인류애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돌봄·의존 욕구도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관계와 친족·혼연족과의 관계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타인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호혜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친족·혼연족과의 관계는 유전자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타인과의 관계보다 돌봄이나 의존이 좀 더 무조건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친족·혼연족과의 관계가 타인과의 관계보다 항상 나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도움을 주거나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관계에 있어서 꼭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감사를 표하지 않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도움을 받으려고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친족·혼연족 사이에서는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보다 조심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다. 타인과의 관계는 감사나 지지를 표하거나, 도움을 갚는 것이 무의식적이고 당연하게 이뤄질 수 있지만, 친족·혼연족과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내용은 ‘사랑’ 권과 ‘양육’ 권에서 자세히 보자. 놀이 욕구는 향락 욕구에 속한다. 놀이에서 일어나는 행동과 역할 부여는 이후의 사랑이나 양육, 관계, 지위 추구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거나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거기서 오는 쾌락 그 자체 때문에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놀이 욕구는 향락 욕구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관계 욕구는 사랑 욕구에 속한다. 성관계 욕구를 쾌락 자체 때문에 추구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성별에 따라 정도에 차이가 있다. 성관계는 번식에 아주 직접적인 행위인 만큼, 거기서 오는 쾌감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쾌락 중에 아주 강한 쾌락에 속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관계에서 오는 쾌락은 강한 쾌락이므로 쾌락의 쳇바퀴, 즉 지나친 순응 현상으로 인해 이후에 불쾌감을 동반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공허함을 비롯한 불쾌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사랑 없이는 다시 성관계의 쾌락이나 그보다 강한 쾌락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관계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면 이들에게는 성관계에서 오는 쾌락에 안정감을 비롯한 만족감이 더해질텐데, 이것은 강한 쾌락 이후에 오는 불쾌감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관계에서 오는 쾌락이나 사랑에서 오는 안정감, 만족감 등은 모두 사랑 욕구를 잘 추구하고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를 할 때에는 유전적으로 건강함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는 신체가 대칭적(Gangestad & Thornhill, 1997; Grammer & Thornhill, 1994; Shackelford & Larsen, 1997; Thornhill & Møeller, 1997)인 남성과 성관계를 할 때 더욱 오르가슴을 잘 느낀다. 평균적으로 아내들이 60% 오르가슴을 느끼면, 얼굴이 가장 대칭적인 남편을 둔 아내들은 평균적으로 75% 오르가슴을 느끼고, 거꾸로 얼굴이 가장 비대칭적인 남편을 둔 아내들은 평균적으로 30%밖에 오르가슴을 못 느꼈다(Thornhill, Gangestad, & Comer, 1995).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성적 쾌감은 유전적으로 우수한 단기적 짝짓기 대상을 잘 추적하고 있는지 지표가 되는 것이다. 성적 쾌감이 단기적 짝짓기 대상을 잘 추적하고 있는지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면, 안정감이나 만족감은 장기적 짝짓기 대상을 잘 추적하고 있는지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당연히 가장 좋은 배우자는 단기적 짝짓기 상대로도, 장기적 짝짓기 상대로도 자신에게 적합한 배우자이다. 어쨌든 성관계 욕구는 그 특수성 때문에 사랑 욕구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감각성 욕구는 감각 자체에서 오는 느낌의 쾌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향락 욕구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욕구는 생존, 관계, 지위, (연인과의) 사랑, (친족들에 대한) 양육, 향락, 자아실현과 자기 초월이다. 정보의 욕망 영역에는 앞의 욕구들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욕구들이 있다.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욕구는 분명 그 자체로 추구되는 욕구이다. 아주 근본적인 질문들(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와 우주의 기원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호기심은 누구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탐구의 욕구라는 하나의 욕구를 상정해야 한다. 매슬로가 후기 모델에서 인지적 욕구를 추가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인식 욕구와 이해 욕구는 탐구 욕구에 속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정보 제공 욕구는 분류가 모호하다. 자녀를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면 양육 욕구에 속하는 것이고, 소중한 지식을 나눠줌으로써 명성을 얻으려는 것이면 지위 욕구에 속하는 것이고,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정당한 대가 없이 지식을 나눠주는 것이라면 자기 초월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육하는 기술에 대한 것은 양육 권에서 자세히 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좋은 삶을 정의할 수 있는 욕구들의 목록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 욕구들은 생존, 관계, 지위, 사랑, 양육, 향락, 탐구, 자아실현과 자기 초월이다. 그래서 동기심리학의 내용 이론들과 성격심리학의 이론들을 살펴보았다. 좋은 삶에 대해 정의한 다른 중요한 심리학이 있다. 바로 발달심리학이다. 이제 발달심리학자들이 주장했던 좋은 삶에 대해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