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으로 욕구 이론들을 살펴보고, 삶의 목적을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분명히 인간의 동기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핀 사람중 한 명이다. 매슬로는 1935년 빌라스 동물원에서 원숭이를 관찰하며 지배력이 사회적, 성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Maslow, 1936). 그는 원숭이를 관찰하며 동기에 어떤 위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후 욕구 단계 이론을 발표한다(Maslow, 1943, 1954). 그는 인간에게 5가지의 욕구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그런 욕구들에는 단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의 욕구 이론에 따르면 욕구를 충족하려는 것은 동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해당 욕구가 충족되면 동기로서의 힘을 상실한다. 그렇다면 욕구가 충족된 이후 동기를 유발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그것이 다음 단계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상위 단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하위단계의 욕구가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Maslow, 1943). 그러나 그런 충족은 완전한 충족이 되어야 다음 욕구에 대한 필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Maslow, 1987). 그가 주장한 5단계의 욕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생리적 욕구이다. 공기, 물, 음식, 따듯함, 수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여기에는 기초적인 집의 역할을 하는 피난처와 옷도 해당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의식주는 여기에 다 있다. 여기에는 성관계도 들어있다. 이것들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므로 이것이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단계의 욕구로 나아갈 수가 없다.

둘째, 안전의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 때문에 인간은 건강을 추구하고, 재해 등에 대비하려고 한다. 또한, 직업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이러한 욕구에 속하는 것이다.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사람들은 안전이나 안정을 추구한다. 또한, 이 안전·안정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의 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생리적 욕구가 아주 단기적인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안전의 욕구는 미래의 생존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욕구이다. 이것은 애정의 욕구와 소속의 욕구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것은 타인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인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유대관계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이성간의 애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동료간의 우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넷째, 존경의 욕구이다. 소속의 욕구는 다른 일원과 똑같은 존재로 사회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존경의 욕구는 그런 일원보다 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그래서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 한다. 그런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획득하는데, 자존이란 자신에 대한 존경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내적 존경의 욕구라고 한다. 다른 사회 구성 일원으로부터 존경이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외적 존경의 욕구라고 한다.

다섯째, 자아실현이다. 자아실현은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욕구이다. 이것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거나, 삶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아실현을 추구할 때 인간은 성장하게 된다. 그는 자아실현을 달성했거나 그에 근접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18명을 연구했다. 이 사람들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론물리학자, 19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더 테레사(가톨릭 수녀,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마하트마 간디(인도의 인권운동가, 비폭력 저항운동), 토머스 제퍼슨(미국 제3대 대통령, 독립선언문 작성), 제인 애덤스(초기 페미니스트, 1931년 노벨 평화상 수상), 윌리엄 제임스(미국의 대표 심리학자, 심리학의 원리 저자), 알베르트 슈바이처(목사, 의사, 아프리카 봉사자, 1952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올더스 헉슬리(영국의 소설가, 멋진 신세계 저자), 바뤼흐 스피노자(네덜란드 철학자), 루트비히 판 베토벤(독일 음악가), 엘리너 루즈벨트(UN 인권의사회 의장, 세계인권선언 작성 조력자,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아내), 에이브러햄 링컨(미국 16대 대통령, 흑인노예해방, 게티즈버그 연설)이 포함되어 있었고, 매슬로 자기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아실현을 달성한 사람들은 공통적인 15가지의 특징이 있는데, 그중에는 창의성이나 감사하는 태도, 유머 감각도 있었다. 자아실현에 도달하려면 책임을 지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대다수의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Maslow, 1970a).

이 이론에 대한 그림이 아래에 나와있다. 사실 매슬로는 욕구에 단계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피라미드 모델을 그린 적은 없다. 그러나 그의 욕구 단계 이론을 표현할 때는 일반적으로 이런 피라미드가 많이 사용된다. 여기까지가 매슬로가 초기에 주장한 욕구 단계 이론이다. 이제 이 이론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해보자.

4-1. 매슬로 초기 욕구 이론.JPG

그림 1. 매슬로의 초기 욕구 5단계 이론

첫 번쨰: 이 모델이 인간의 좋은 삶과 관련하는 모든 욕구를 다루었는가?

첫 번째로 이 모델이 인간의 좋은 삶과 관련하는 모든 욕구를 다루었는지 검토해보자. 우리가 진화심리학적 해석을 검토하며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생존과 번식은 환원할 수 없는 고유한 의지나 욕망, 즉 고유한 삶의 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생존 동기가 이 모델에서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로 나눠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번식 동기 중 사랑의 감정은 사회적 욕구에 편입되었다. 또한, 성관계는 생리적 욕구에 편입되었다. 번식 동기는 환원할 수 없는 고유한 삶의 목적으로 다뤄져야 하지만, 일단 이 문제는 이따가 다루기로 하자. 어쨌든 생존과 번식 동기는 이 모델에 들어가있다.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론을 검토하며 얻은 결론 중 하나는 행복이나 쾌락도 환원할 수 없는 고유한 욕망, 즉 고유한 삶의 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매슬로의 이 모델에는 쾌락이나 행복 그 자체를 위해 추구하는 것들은 없어보인다.

매슬로의 모델이 좋은 삶과 관련하는 인간의 모든 욕구를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은 많이 제기되었다. 그래서 매슬로는 이 모델에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라는 2가지를 추가한다(Maslow, 1970a). 인지적 욕구는 지식이나 이해를 갈망하는 욕구이다. 호기심과 탐험심이 여기에 들어간다. 어떤 것의 기원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삶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는 것도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심미적 욕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인간은 자기 주변 환경도 아름다움으로 채우려고 한다. 그런 것들은 음악이나 미술 등의 예술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그런 아름다움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기 위해 육체적 아름다움도 추구하게 된다.

좋다. 다른 욕구는 없을까? 이 모델에 따르면 좋은 삶이란 하위 단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음 단계로 계속 나아가 자아실현을 위해 끝없이 정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좋은 삶에 도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아실현은 충족되기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자아 실현은 달성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Hoffman, 1988). 그래서 나머지 하위 4개의 욕구는 결핍의 욕구이지만, 자아실현의 욕구는 성장의 욕구라고 했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충족 가능해서 충족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모델에서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한 인간은 자아실현의 욕구가 결핍될 때까지 아무런 동기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자아실현 다음에는 어떤 욕구가 없을까?

매슬로는 그래서 죽기 전에 한 가지 욕구를 더 추가한다(Maslow, 1970b). 그것은 ‘자기 초월’이다. 이것은 자기를 초월하여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이타애를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자기초월 욕구에 도달한 사람은 현자로 여겨지는데, 그런 사람은 예수가 석가모니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무조건적인 인류애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인지적 욕구, 심미적 욕구, 자아실현, 자기 초월을 포함하는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의 최종 버전은 다음과 같다.

4-2. 매슬로 후기 욕구 이론.JPG

그림 2. 매슬로의 후기 욕구 8단계 이론

두 번째: 이 모델에서 욕구의 구분은 타당한가?

지금까지 매슬로의 욕구 이론에서 좋은 삶에 빠진 것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다른 측면에서 보자. 매슬로의 욕구 이론에서 욕구의 구분은 임의적인 것 같다. 번식 욕구는 생리적 욕구나 사회적 욕구로 나뉘어 들어갔다. 또한 육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기에는 분명히 번식을 위한 것이 있는데, 그렇다면 번식 욕구가 심미적 욕구로도 나뉘어 들어갔다는 뜻이 된다. 생존 욕구와 번식 욕구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그것은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펴봤듯이 생존과 번식은 인간의 공통된 알고리즘을 만드는 자연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므로 생존 욕구—살려고 하는 의지와, 번식 욕구—번식하려고 하는 의지는 가장 강한 것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매슬로의 욕구 이론의 사회적 욕구에서 배우자에 대한 사랑과 친구와의 우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진화심리학적인 해석으로 접근하자면, 배우자 혹은 잠재적 배우자와의 사랑은 번식을 위한 것이고, 타인과의 관계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사랑이라는 알고리즘이 남게 한 자연의 원리는 번식이고, 우정이나 타인과의 유대감이라는 알고리즘이 남게 한 자연의 원리는 생존이다. (물론 우리는 배우자와 우정도 나눌 수 있고, 그것이 바람직하다. 이 논의는 뒤로 일단 미루자.) 사랑이라는 알고리즘이 남게 된 이유는, 사랑이 자녀들에게 유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정이나 타인과의 유대감의 알고리즘이 남게 된 이유는 그 기본 원리인 상호호혜성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관계를 통해 배우자감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이득이다. 우리는 이웃과의 유대감은 그 자체로 추구한다. 이것은 사랑의 관계를 맺으려는 의지와는 분명히 다르다. 작동 원리 자체가 다르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은 우리에게 큰 의의가 있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인지적 욕구, 심미적 욕구, 자아실현, 자기 초월 등 우리가 독립적으로 봐야 하는 욕구들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진짜로 독립적으로 봐야 할지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욕구들이 그 자체로 추구되는지 검토해야 한다. 또한, 여기에 있는 하나의 욕구가 사실은 여러 가지 독립적으로 봐야 하는 욕구로 나눠지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해봐야 한다.